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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전경훈 회장(50)이 대한배드민턴협회 수장에 도전한다.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의 눈물에 본인도 눈물을 쏟으며 한국 배드민턴 전체를 이끌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전 회장은 28일 배드민턴 기자단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전 회장은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파리의 영웅 안세영 선수의 감동적인 경기에 매력을 느꼈고, 경기 후 안세영 선수가 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대회 출전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을 지켜보면서 투명한 협회 경영을 해야 되겠다는 각오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adsense:ad1}
이날 오후 전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더 구체적인 소회를 밝혔다. 전 회장은 "안세영 선수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쏟는 모습과 이후 SNS에 올린 '이 상황을 해결해주실 어른들이 있길 간절해 바래본다'는 글을 봤다"면서 "그러면서 나도 눈물이 났다"고 돌아봤다.
전 회장은 "이후 어른이 무엇인지, 협회 전체를 위해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자문했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묻고, 자료 등을 참고해 마침내 답을 얻었고 '그 어른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실업연맹 수장에 오른 뒤 1년여 만에 다시 협회장에 도전하게 된 이유다.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닦는 모습. 2024.8.5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I 황진환 기자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협회와 대표팀 운영 방식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를 통해 지난달 31일 협회 규정과 대표팀 운영 등에 대한 시정 명령과 함께 회장의 해임과 사무처장 중징계도 요구했다.
이에 협회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일부 부조리한 운영 지침을 개정했고 용품 후원사와는 계약 조항 변경을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개선 방안을 내놨다. 또 문체부의 보조금법 위반 지적에 대해서는 규정에 맞게 시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8일 경찰은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 의혹을 받는 김택규 협회장에 대한 신체 압수색 영장을 발부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adsense:ad1}
전 회장은 협회에 4년 동안 24억 원을 후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전 회장은 당초 "20억 원을 생각했지만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에 동등하게 지원액을 맞추기 위해 4억 원을 증액했다"면서 "매년 각 분야에 3억 원씩 지원해 동반 발전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약사 출신인 전 회장은 2022년 국밥 프랜차이즈 열정코리아를 설립해 현재 전국 250개 가맹점, 국밥 브랜드 1위 규모로 이끌었다.
역대 협회장 중에는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후원금을 내놓은 바 있다. 제24대 이형도 당시 삼성전기 시장, 제26, 27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등이다. 이후에는 빅터와 요넥스 등 용품업체의 거액 후원으로 회장의 출연금은 없었다.
전 회장은 또 국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을 짓고, 세계선수권대회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기업들과 17개 시∙도 협회의 1 대 1 후원 협약으로 지역 동호인들에게 혜택을 주고, 국민적 관심 증대를 위한 수도권 리그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약사 시절 고객의 권유로 배드민턴을 시작했는데 서울 잠실에서 의정부까지 운동하러 다닐 만큼 매력에 푹 빠졌다"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배드민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실업 리그를 후원하고 연맹 회장까지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더 크게 배드민턴을 돕기 위해 협회장까지 도전하게 됐다"면서 "실업연맹 회장과 동호인 활동을 하면서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모두 잘 알고 있는 만큼 동반 성장을 이뤄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경훈 회장이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대표 선수단에 격려금을 전한 뒤 기념 촬영한 모습. 연맹
차기 회장 선거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김동문 원광대 교수가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김택규 현 회장도 재선에 도전할 전망이다. 선수 출신인 김 교수는 경기인들, 김 회장은 동호인들의 지지가 예상된다.
이에 전 회장도 실업연맹 회장 기간이 1년 남짓이라 투표권이 있는 배드민턴인들 사이에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다음주 핵심 인물들을 몇 분 만나볼 것"이라면서 "이권이나 사심 없이 공정하게 협회를 이끌겠다는 진심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 파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 과연 내년 1월 16일 한국 배드민턴을 이끌 새 수장이 누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