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라는 필살기…웃음·속도감에선 '1승'이 맞지만 [시네마 프리뷰]

작성일 2024.11.29 조회수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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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단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 감독 김우진(송강호 분). 딱히 주목받은 적 없는 선수 시절을 보낸 그는 지도자가 된 뒤에도 퇴출과 파면, 파산, 이혼까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실패를 다 경험했지만 어쩐지 전혀 주눅 들어 있지 않다. 근근이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마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 하지만 운이 좋은 건지 폐업을 하자마자 새로운 제안이 온다. 에이스 선수들의 대거 이적으로 해체 위기를 맞이한 여자 프로배구팀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이다.

'1승' 스틸 컷'1승' 스틸 컷

단 한 번도 팀의 승리를 이끌어 본 적 없는 김우진을 프로팀 감독 자리에 앉힌 장본인은 핑크스톰의 새로운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분)이다. '관종'인 강정원은 재벌 2세 다운 남다른 관점으로 주요 멤버들이 빠져 사실상 해체 직전인 핑크스톰을 산다. 그가 바라는 것은 우승이 아니다. 감독과 선수들의 스토리를 이용해 100만원짜리 고가의 시즌권을 '완판'시키는 것이다. 시즌 통틀어 핑크스톰이 딱 한 번만 이기면 20억원의 상금을 풀겠다는 그의 공약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감독 자리를 맡았지만 김우진은 우승에 큰 관심이 없다. 이적 못한 "떨거지" 선수들과 뭘 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이 프로팀 경력을 이용해 1년을 견딘 뒤 보장된 대학팀 자리에 가는 데만 집중한다. 그리고 진행된 첫 경기, 결과는 예상대로 흐른다. 꼴찌 팀을 상대로도 패배한 전 시즌 3위 핑크스톰에 대해 비웃음과 비난이 쏟아진다. 핑크스톰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은 김우진 감독의 사퇴를 외치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을 손가락질을 한다. 비난 속에서 김우진의 트라우마가 건드려진다. "이길 마음이 아니라고, 응원을 해줘야 마음이 생기지."

'1승' 스틸 컷'1승' 스틸 컷

'1승'은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주는,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플롯을 택한 영화다. 관객들은 핑크스톰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무엇이든 성취하게 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영화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힘에서 온다. 의뭉스러운 강정원, 클럽 죽순이에 만년 벤치 멤버인 40대 주장 방수지(장윤주 분), 일본인 용병 유키(이민지 분),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강지숙(신윤주 분)과 팀 내 기피 대상인 이민희(시은미 분), 배구계 깡패 유하니(차수민 분) 등 선수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배우들은 힘을 빼고 각 캐릭터의 개성을 방출하는 데 힘쓴다. 그리고 그 개성이 부딪쳐 만드는 앙상블 때문에 종종 웃음을 터뜨릴 일이 생긴다.{adsense:ad1}

특히 송강호는 '1승'이 내건 필살기다. 툭하면 조소 섞인 비난을 쏟아내는 '20세기 화법'의 소유자. 배구에 대한 열정 없이 타성에 젖어있는 감독 김우진은 어디엔가 있을 법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놀라운 것은 송강호가 그려낸 김우진의 캐릭터가 어딘가에 있을 법 하면서도 전혀 진부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김우진 같은 인물이 가지고 있을 법한 트라우마나 패배감 같은 감정들을 식상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송강호스러운' 캐릭터로 독특하게 해석한 면이 흥미롭다. 더불어 영화의 말미 "정상에서 내려오면 계곡도 있고 시냇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걷다 보면 다시 정상에 서는 날도 온다"고 말하는 김우진의 모습은 배우의 오라와 겹쳐지며 뭉클함을 준다.

스포츠 영화로서 사실감 넘치는 경기 장면들도 매력이다. 영화 속에는 실제 선수 출신 배우들이 출연했다. 전직 국가대표 배구 선수 한유라 해설위원이 상대팀 선수 성유라를 연기했고, '배구 스타' 김연경도 특별 출연해 영화를 빛냈다. 다만, 2% 부족한 것이 있다면 인물들의 변화에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감독인 김우진을 비롯한 선수들이 각성하고 감정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지 않다. 별안간 이들이 변심을 한 것처럼 느껴져 생뚱맞게 느껴진다.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서 편집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전개의 아쉬움 때문인지,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의 깊이가 다소 얕게 느껴진다. 러닝 타임 107분. 오는 12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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